사람이 만든 건축물 중에서는 유일하게 중국의 만리장성만이 보인다고 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만리장성은 실로 대단한 건축물임에 틀림없습니다. 평면으로 그려진 지도상 길이만 약 3,200 km이고 등고선까지 감안한 실제 거리로는 6,500 km나 된다니 말입니다.
 

이렇게 거대한 만리장성의 축조를 지시했던 진시황은 역사상 희대의 폭군으로 묘사되곤 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영웅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진시황이 역사상 최초로 중국을 통일했으며 도량형 제도를 시행한 최초의 군주였기 때문이랍니다.
도량형은 길이를 의미하는 도(度), 부피를 재는 양(量), 무게를 다는 형(衡)을 합친 단어입니다. 중국을 통일한 후 진시황은 바로 이 도량형 제도를 공포하고 이 제도의 표준이 되는 자와 되와 저울을 대량으로 생산, 백성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공로 덕분에 폭압을 자행한 진시황이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입니다.

도량형의 통일은 그만큼 중요했습니다. 당시는 비단이나 모시 같은 천으로 세금을 내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 때 자신의 척도로는 분명히 정확한 세금임에도 관리의 자로 재면 양이 모자라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도량형이 통일되지 않아 발생한 차이였지요. 어느 시대나 백성들은 관리에게 이리 뜯기고 저리 뺏기기 마련인데, 단지 척도가 달라 세금을 더 많이 빼앗긴다면 얼마나 억울했겠습니까?
 

그리하여 중국 백성들은 비록 만리장성 축조공사로 목숨을 잃으면서도 도량형을 통일시킨 진시황을 영웅으로 받들어 모셨던 것입니다. 따라서 진시황이 남긴 진정한 업적은 달나라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이 아니라 백성들에게 표준의 의미를 깨우쳐준 도량형의 통일인 것입니다. 측정표준은 그만큼 우리 생활에 밀접하고도 중요한 것이랍니다.